CONTENTS
- 1.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중재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규정

- - 중재법상 소 각하 규정의 핵심
- 2. 중재합의 관할 항변 | 항변의 시기 제한과 실권 위험

- 3.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최근 대법원 판례로 보는 기준

- - 부당이득금 사안의 개요
- -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
- - 대법원의 판단은 ‘파기자판’
- 4.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원·피고 입장별 전략과 유의사항

- -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유의사항
1.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중재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규정
중재합의 관할 항변은 중재합의가 존재하는 분쟁에 대해 일방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고 측이 최초의 본안 변론을 할 때까지 중재합의가 있다는 관할 항변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나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상대방이 ‘이 분쟁은 법원 재판이 아니라 중재로 해결하기로 계약서에 정해 두었다’라며 소를 각하해 달라고 맞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중재계약이나 중재조항이 존재하는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그 소송을 각하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중재합의 관할 항변의 근거 조문과 요건, 그리고 흠결 있는 중재조항의 효력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해봅니다.
중재법상 소 각하 규정의 핵심

중재법 제9조 제1항은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다만 중재합의가 없거나 무효, 혹은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각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항변이 본안 전 항변이라는 점입니다.
즉 법원은 원고 청구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에 앞서 애초에 이 분쟁을 법원이 심리할 수 있는지(재판권·소의 적법성)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유효한 중재합의가 인정되면 법원의 재판권 자체가 배제되므로 청구기각이 아니라 ‘소 각하’라는 형식적 판단으로 절차가 종료됩니다.
이때 항변의 근거가 되는 중재합의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를 말합니다.
전속적 중재합의란 해당 분쟁을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오직 중재기관의 중재판정으로 최종 해결하겠다는 합의로, 법원의 재판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갖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선택적 중재조항’으로, 둘의 구별이 중재조항 관할 항변과 관련한 분쟁에서 첨예한 쟁점이 됩니다.
2. 중재합의 관할 항변 | 항변의 시기 제한과 실권 위험
중재합의 관할 항변에는 엄격한 시기 제한이 있습니다.
중재법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항변을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을 할 때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피고가 중재합의 항변을 하지 않은 채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라며 본안(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먼저 다투기 시작하면 중재합의 관할 항변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소송으로 응한 것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고 입장에서는 첫 변론기일 이전에 답변서 단계에서부터 중재합의의 존재와 소 각하를 명확히 주장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편 중재법 제9조 제3항은 위와 같이 소가 법원에 계속(繫屬) 중인 경우에도 중재판정부가 중재절차를 개시·진행하거나 중재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소송과 중재절차가 병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소송 각하를 기다리며 중재를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3.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최근 대법원 판례로 보는 기준
실제 국제분쟁의 기초가 되는 계약서에는 중재조항이 모호하게 작성되었거나 다소의 흠결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중재기관 미지정, 국문본과 영문본의 표현이 어긋나거나 법원 재판을 배제한다는 문구가 빠져 있는 식입니다.
이러한 조항을 ‘흠결 있는 중재합의’라고 부릅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은 바로 이 흠결 있는 중재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부당이득금 사안의 개요
대한민국 회사인 원고는 2012년경 강관 스레딩 설비 2기를 공급받기로 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상대방은 독일 회사였으며, 이후 그 독일 회사가 피고에게 합병되면서 피고가 공급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했습니다.
원고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미 지급한 물품대금(약 2,528,080유로)과 지연손해금의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우리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문제가 된 계약서 조항(이하 이 사건 조항)은 국문과 영문이 혼용되어 있었고 표제는 국문으로 통제 법률, 영문으로는 Arbitration(중재)이라고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본문 국문은 “본 합의는 한국법률이나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였고, 영문은 “All disputes … shall be finally settled by Korean law or in accordance with the Commercial Arbitration committee of International Commercial Law”였습니다.
다만 여기서 지정된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이 전속적 중재합의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관할 항변을 제기했습니다.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
제1심은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소를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서울고등법원)은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을 한국법률의 통제 또는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①국문의 ‘~이나’와 영문의 ‘or’가 오기(誤記)라고 볼 수 없어 접속사를 ‘또는’으로 읽어야 하는 점, ②당사자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중재기관을 지정할 만큼 중재절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③재판 청구를 배제한다는 문구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조항이 선택적 중재조항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택적 중재조항은 일방 당사자가 중재를 선택하고 상대방이 이의 없이 이에 응했을 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데, 원고가 중재합의의 존재를 적극 부인하며 소송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파기자판’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 조항이 전속적 중재합의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파기자판).
그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1) 복수 언어 계약의 해석
계약서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되고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어느 한쪽 언어를 우선한다는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양 언어를 대등한 지위에 놓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영문 표제가 Arbitration으로 명시되어 있고 본문에 shall be finally settled by … Arbitration이라는 문구가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 점에서 당사자들이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음이 확인된다고 보았습니다.
2) 준거법 조항과 재판관할의 구별
한국법률의 통제(by Korean law) 부분은 그 문언의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준거법에 관한 합의로 읽힐 뿐, 재판절차를 포함한 대한민국법상의 분쟁해결수단을 수용한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준거법을 지정하는 문구가 곧바로 법원 재판관할을 설정하는 것으로 자동 해석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3)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 지정
중재조항에 지정된 기관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장래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그 사정만으로 중재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중재기관·준거법·중재지가 명시되지 않았거나 일부 문언이 모호·상충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시각입니다.
4) 재판 배제 문구의 부재
재판 절차를 분쟁해결수단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를 넣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재판과 중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적 중재조항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 자체가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4. 중재합의 관할 항변 | 원·피고 입장별 전략과 유의사항
구분 | 원고 입장 | 피고 입장 |
최우선 조치 | 계약서의 분쟁해결 조항 사전 검토 | 첫 변론기일 전 ‘각하 신청’ 관할 항변을 담은 답변서 제출 |
예상되는 리스크 | 중재조항을 간과하고 소 제기 시 피고의 관할 항변으로 각하 → 소송비용(인지대·변호사비용)만 부담하고 시간 허비 | 항변 없이 청구기각 등 본안을 먼저 다투면 관할 항변권 상실 |
원칙적 대응 | 중재조항이 있으면 처음부터 정확한 중재기관을 선정해 적절한 중재절차 진행 | 항변은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 시까지 제출 |
예외적 전략 | 법원 소송을 관철하려면 중재합의의 무효·실효·이행불능 사정(중재법 제9조 제1항 단서) 입증 가능성 검토 | 원고가 주장하는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흠결로 무효임을 다툴 여지 검토 |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유의사항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계약 체결 시점부터 조항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국제거래 계약이나 국문·영문 혼용 계약서에서 중재조항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일은 복수 언어의 해석, 흠결 있는 중재합의의 유효성, 전속적 중재합의와 선택적 중재조항의 구별 등 복잡한 법리와 판례 분석을 필요로 합니다.
크로스보더 거래와 관련해 국제분쟁이 발생해 중재합의 관할 항변, 계약서 분쟁해결 조항의 검토가 필요하시다면 본 법인의 국제중재전문가와의 법률상담을 접수해주시면 신속히 대응해드리겠습니다.











